【고태우 칼럼】 반도체 산업, 정치가 아닌 기업의 논리로 접근해야

고태우 대표기자 | 입력 : 2026/06/29 [15:58]
 
【고태우 칼럼】 반도체 산업, 정치가 아닌 기업의 논리로 접근해야
 
 
【신한뉴스】기업의 사업은 결국 기업이 결정한다. 정부가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기반시설을 구축할 수는 있지만,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시장성과 수익성, 그리고 미래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포항제철의 건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조성, 섬유산업 육성 등은 국가가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과감하게 투자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정책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초석이 되었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오늘날 기업은 국내 경쟁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고, 독과점 구조는 무너지면서 시장은 더욱 복잡하고 불확실해졌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도 예상하지 못한 기술 혁신과 시장 변화 앞에서는 수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국가가 기업의 생존을 책임질 수 없다. 정부는 투자 여건을 만들 수는 있어도 기업의 성공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만약 국가가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국영기업 체제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경영의 효율성과 성공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첨단산업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 특정 지역에 산업이 집중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호남권에도 미래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정부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교통망과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을 실제로 건설하고 생산라인을 운영하며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수익성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는 AI와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전망하며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의 미래는 언제나 변수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기술 패러다임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변화하며, 시장의 흐름 역시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미래를 낙관하는 것과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성패는 정치가 아니라 기업이 결정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으며, 기업의 역할은 냉철한 시장 분석을 통해 지속 가능한 투자를 실행하는 데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동시에 기업의 생존이 걸린 사업이다. 따라서 정치적 논리나 지역적 이해관계를 앞세우기보다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의 현실, 그리고 투자 회수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정책은 희망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기업의 판단과 시장의 선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국가의 전략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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