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고의 패스플레이 톱니바퀴를 굴리는 힘

정인수 기자 | 입력 : 2020/09/21 [00:22]

[신한뉴스=정인수 기자]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패스플레이는 서울중경고의 트레이드마크다.

최운범 감독이 이끄는 중경고는 지난 8월 제28회 백록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진 2020 금강대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그 바탕에는 뚝심 있게 추구해온 패스플레이에 대한 철학이 있다.

1997년 창단한 중경고 축구부는 창단 초기부터 김강남 감독의 지휘 하에 즐기는 축구, 자율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팀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0년부터 코치로 함께 하다 2004년부터 감독을 맡아오고 있는 최운범 감독은 길지 않은 중경고 축구부 역사에 확고한 색깔을 입힌 장본인이다. 이제는 중경고라 하면 자연스레 패스플레이가 떠오를 정도다.

최운범 감독은 중경고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해 “세밀하고 빠른 패턴의 패스플레이다. 개인전술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팀전술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리며 움직여 큰 톱니바퀴를 굴리는 형태가 떠오른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과 팀의 조직력이 모두 갖춰졌을 때 완성될 수 있는 플레이다.

지난 백록기 대회에서 중경고는 경기경영FCU18(6-0), 경기안성맞춤FC(3-0), 인천부평고(2-1), 서울경희고(1-0)를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연장전까지 갔던 경희고와의 결승전을 제외하면 모두 정규시간 안에 거둔 승리였다. 중경고의 득점은 대부분 중원에서부터 이뤄지는 폭넓은 패스플레이, 공격지역에서 상대의 압박을 떨쳐내는 세밀한 협력플레이로 시작됐다.

꾸준하게 같은 색깔의 플레이스타일을 추구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중경고가 유기적인 조직력을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도자들과 선수들 모두 중경고식 패스플레이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다. 3학년 이재훈은 “중경고는 패스플레이를 활용해서 상대를 벗겨나가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거기에 더해 모두 열심히 뛴다. 정신적으로 준비가 잘 돼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중경고가 추구하는 데로 패스플레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서 하는 패스가 아닌 움직이며 하는 패스가 필요하다. 중경고가 오랫동안 같은 색깔을 추구해온 만큼 상대도 중경고의 플레이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빠르며 역동적인 패스플레이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의지와 정신력이다.

백록기 우승은 이들에게 자신감을 더해줬고, 이어진 금강대기 대회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 됐다. 최운범 감독은 금강대기 대회에 대해 “부상을 당한 3학년 선수들이 있어서 저학년 선수들이 많이 뛴 대회였다. 마음 편하게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취지로 임한 대회였는데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열심히 잘해줬다. 백록기 우승으로 자신감과 의욕이 커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중경고는 백록기에서 득점상을 받았던 조민성이 부상으로 불참하는 등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음에도 수원FC U-18, 영등포공고 등 강팀을 물리치며 4강에 진출했다.

수원FC U-18과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이재훈은 “백록기 우승 후에 정신적으로 풀어질 수도 있었지만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다 같이 열심히 뛰었다”고 밝혔다. 영등포공고와의 8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김현태는 “즐기자는 마음으로 뛰니까 경기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한층 향상된 자신감과 즐거운 팀 분위기를 전했다.

3학년 선수들이 중경고에서의 마지막 전국대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내년의 중경고를 기대하게 하는 저학년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함승주, 장현도, 진의준, 곽승조 등 교체 또는 선발로 경기에 나선 저학년 선수들이 제몫을 해내 최운범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그는 “볼터치가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관련기사목록
헤드라인 뉴스
1/20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